역사 속의 소프트웨어 오류

소프트웨어 오류가 감춘 남극의 오존홀

1985년 영국의 과학자 Farman, Gardiner, Shanklin 이 논문을 통해 남극 상공에 오존홀(Ozone hole, 오존층이 얇아진 부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히자 과학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어느 누구도 오존홀이 그렇게 넓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NASA는 더 충격을 받았다. 몇 년 전에 오존의 양을 측정하는 위성을 쏘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논문이 나오기 전까지 오존홀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남극의 오존홀을 발견한 Joesph Farman, Brian Gardiner, Jonathan Shanklin. 사실 일본의 Shigeru Chubachi 박사가 먼저 발견하긴 했으나,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위 세 사람의 논문 때문이었다.

야누스의 두 얼굴 – 오존(Ozone)

오존은 산소 원자 3개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물질로(분자식 O₃) 대기 중 어느 곳에 위치하는 지에 따라서 인류에게 해가 되기도 하고 득이 되기도 하는 양면성을 지닌 물질이다. 오존이 지표면에 가까운 대류권에 있으면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대기 중에 스모그를 일으키거나 사람의 호흡기나 눈을 자극하는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된다. 여름철 뉴스에서 언급하는 ‘오존주의보’는 대기 중 오존의 농도가 높을 경우 발령되는데,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면 노약자나 어린이, 환자(특히 호흡기 질환)는 실외 외출을 삼가해야 한다.

반면 오존이 성층권에 위치하면 얘기가 다르다. 지구 상공 25km 내외에는 오존 밀집층(이를 오존층, Ozone Layer이라 한다)이 존재하는데, 이 오존층의 존재 유무는 곧 지상 생명의 존폐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광선의 51.8%는 가시광선, 42.1%는 적외선, 6.1%는 자외선이다. 그 중 문제가 되는 광선은 바로 자외선이다. 자외선은 그 파장에 따라 UV-a, UV-b, UV-c 로 나뉘는데(UV는 Ultraviolet) 이 중 UV-c는 파장이 짧고 강해 생물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식당 등에서 살균, 소독용으로 사용하는 자외선 살균기가 바로 UV-c).

고대 지구에는 고생대(약 5억 7천만년~ 약 2억 3천만년 전)까지 육지에 생물이 살지 않았는데, 이는 곧 지구 대기에 오존층이 형성되지 않아 UV-c가 차단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고생대에 이르러서야 오존층이 형성되고 오존층에서 생물에 해로운 UV-c를 차단하자 비로소 육지에 식물을 비롯한 각종 생물이 서식하기 시작했다. 현재 지표면에서는 UV-c가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 오존층에서 UV-c의 97~99%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오존층에서 강한 자외선인 UV-c를 대부분 흡수한다.

특별한 외부 요인만 없으면 오존층의 오존의 양은 언제나 일정하다. 오존 분자가 태양의 자외선을 흡수하면 오존 분자는 산소 분자(분자식 : O₂)와 산소 원자(분자식 : O)로 쪼개지는데, 산소 원자는 홀로 존재하면 불안정하기 때문에 다시 산소 분자와 결합하여 오존 분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 문명이 발전하면서 오존층에도 위기가 닥치게 된다.

오존층 파괴의 주범 프레온가스

과학, 특히 화학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각종 물질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프레온 가스라고 알려져있는 염화불화탄소라는 물질이다. 프레온 가스는 결점이 거의 없었다. 무색, 무취에 불연성으로 폭발하지 않고, 인체에 대해 독성이 거의 없는 굉장히 안정적인 물질이었다. 따라서 냉장고의 냉매, 무스를 위시한 스프레이 제품 등에 폭넓게 사용되었다.

오존층 파괴의 주범 중 하나

하지만 이 세상에 모든게 완벽한 것이 없듯이 프레온 가스도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1970년대 들어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프레온 가스는 매우 안정적인 물질이라 대류권에서는 거의 분해되지 않은 채로 성층권까지 올라가는데 여기서 강한 자외선을 만나면서 오존층을 파괴한다. 싫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중고등학교때 배웠던 화학을 잘 떠올려보자. 지금 이 글을 쓰는 사람도 산소는 O₂ 수소는 H₂라는 것 밖에 기억나는게 없지만, 단 하나! 불안정한 원소(혹은 분자)는 다른 원자나 분자와 쉽게 결합하려 한다! 라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다. 이는 프레온 가스가 어떻게 오존을 파괴하는지 이해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프레온가스가 어떻게 오존을 파괴하는가? (출처 : http://www.esrl.noaa.gov/gsd/outreach/education/samii/SAMII_Activity3.html)
프레온가스가 어떻게 오존을 파괴하는가? (출처 : http://www.esrl.noaa.gov/gsd/outreach/education/samii/SAMII_Activity3.html)

프레온 가스(분자식 CCl₃F₂)는 가벼운데다 안정적이라 대류권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고 성층권까지 올라간다. 이 프레온 가스가 성층권에서 강한 자외선을 받으면 염소 분자 하나가 프레온 가스에서 분리된다. (위 그림 Step 2, CCl₂F₂ + Cl) 염소 원자(Cl)는 홀로 존재하면 불안정한데, 마침 근처에 잔뜩 있는 오존 역시 불안정한 물질로 언제나 산소(O₂)가 되고 싶어하는 물질이다. 이렇게 천생연분이 만나니 두 물질은 쉽게 결합하게(위 그림 Step 3-4, ClO) 되고 산소 원자를 하나 뺏긴 오존은 산소로 변한다. (위 그림 Step 3-4, O₃->O₂)

ClO는 대기 중의 산소 원자(O)와 만나면 (위 그림 Step 5) 산소와 염소 원자로 분리되며(Step 6, Cl + O₂) 이 염소 원자는 다시 오존과 결합하여 ClO가 된다.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단 하나의 프레온 가스 분자는 수 만개의 오존 분자를 파괴한다.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에 미치는 영향이 알려진 후 세계 각국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어 냈다. 이 법안이 바로 “몬트리얼 의정서” 로서, 이에 따라 선진국은 1996년부터 프레온 가스를 위시한 오존층 파괴 물질의 생산 및 수입을 금지하였으며 개발도상국은 1997년부터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프레온 가스 생산 및 수입을 금지하게 된다.

위성 님버스-7 & 소프트웨어 오류

실은 남극 상공의 오존홀은 영국의 과학자들이 발견한 1985년보다 훨씬 더 일찍 발견될 수 있었다. 미 우주항공국(이하 NASA)은 1978년 지구 대기상의 오존의 총량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춘 님버스-7(Nimbus-7) 위성을 쏘아올렸기 때문이다. 님버스-7은 여러 계측 장비를 탑재하고 있었는데, 오존과 관련된 계측기는 태양광 후방산란 자외선계(SBUV: Solar Backscattered UltraViolet)와 자외선 파장을 이용하여 오존을 관측하는 TOMS(Total Ozone Mapping Spectrometer)가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최첨단 위성과 각종 계측장비로 무장한 NASA는 영국의 과학자들이 지상용 오존 관측기로 남극에 커다란 오존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 전까지는 오존홀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

위성 님버스7의 상상도

앞서 밝혔듯이 영국 과학자들이 남극에 광범위한 오존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표하자, 그제서야 NASA의 연구원들은 허둥지둥 TOMS 데이터를 다시 검토했고, 그제사야 남극 상공의 광범위한 오존홀을 발견할 수 있었다. NASA 는 왜 이 현상을 일찍 발견하지 못했을까?

TOMS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가 원인이었다. 실제 님버스-7 위성의 TOMS 측정값은 남극 상공에서 오존층의 현저한 감소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해당 소프트웨어 내부에서 사용하는 데이터 품질 조정 알고리즘에서 이 값은 유효하지 않는 값으로 처리되었다. 이 알고리즘에서 사용하는 오존의 기준치가 180DU(Dobson Unit, 지구표면 위에 연직 기둥을 가정한 뒤 이 기둥 내의 오존 전량을 표시하는 단위) 였는데, 실제 남극에서 관측된 오존홀의 DU값은 이 보다 낮았기 때문에 에러 값으로 필터링 된것이다. NASA는 결국 이 알고리즘을 끄고 원본 데이터를 다시 분석하자 오존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남극의 오존홀 변화. 파란색이 오존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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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 “오존층”, 두산백과(링크)
2. NASA(링크)
3. http://www.esrl.noaa.gov/gsd/outreach/education/samii/SAMII_Activity3.html
4. http://www.theozonehole.com/ozoneholehistory.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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